인간 바그너
오해수 지음 | 2019
끝없는 욕망과 엄청난 재능이 결합하면 어떤 인간이 태어나는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문제적 인간, 작곡가 바그너의 모든 것
흔히 고전음악 작곡가라고 하면 흘러간 시대의 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몇몇 천재들의 성과는 현재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리하르트 바그너가 그렇다. 그가 기존의 오페라를 완전히 혁신시켜 새롭게 내놓은 장르인‘악극(뮤직드라마)’은 시각적인 스펙터클과 강렬한 음악을 동시에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넋을 빼 놓았다. 이는 요즘에 가장 인기 있는 예술 장르인 영화, 특히 스펙터클한 힘을 가진 영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바그너가 확립한 유도동기(특정 인물이나 환경에 테마 선율을 부여함으로써 그 선율이 연주되면 대상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든다)는 영화음악의 기틀이 되었고, 그가 열어젖힌 불협화음의 세계는 20세기 예술 영화들을 거쳐 이제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작곡 당시에는 충격적이고 전위적인 음악으로 받아들여졌던 바그너의 음악언어는 긴 시간이 흘러 대중들에게도 친숙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실제로 바그너의 삶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드라마틱하고 모순적이었다. 그는 낭만주의자이면서 기회주의자였고, 사회주의를 지지하면서 돈에 탐닉했으며,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고, 사후에는 히틀러의 우상이 되었다. 이 복잡하고 모순된 삶은 부풀려지고 왜곡된 인상들을 탄생시켰다. 때문에 바그너는 지금까지도 많은 분석과 연구가 이어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바그너에 대한 제대로 된 사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 바그너』는 이러한 부풀려진 이미지를 조정하고 가능한 객관적인 바그너의 모습을 그려내려 노력한 노작이다. 사실상 바그너에 대한 국내 최초의 총론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그의 복잡한 인간성과 끝없는 욕망 그리고 천재적인 음악성을 동시에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