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마음, 바흐의 나눔”
바흐를 그저 먼 옛날의 천재 작곡가로만 생각한다면 그를 너무 적게 누리는 것일 것입니다. 장대한 종교음악에서조차 그를 열정적인 신앙인 안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그는 믿음에서 생겨나는 불안과 갈등, 치열한 투쟁을 진실하게 느끼고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위대한 바흐 역시 신의 완벽성과 인간의 불완전성 사이에서 많이 힘들어했던 작은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바흐는 언제나 묵묵히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겸손한 음악가가 되었고, 그런 그의 자세는 음악사 최고의 숙련성을 낳았습니다. 바흐의 눈부신 음악 뒤로는 의무와 예술 사이의 숱한 갈등, 인간적 고뇌, 밥벌이를 하고 고된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서글픔이 다 들어 있지만, 그것을 알아달라고,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아우성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 바흐의 음악은 그저 굳건하고도 든든합니다. 그래서 바흐의 음악을 듣고 나면, 마치 그가 우리의 마음을 하나하나 챙겨준 것 같은 고마운 마음이 고개를 듭니다.
눈이 멀고, 건강이 좋지 않던 바흐의 노년의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어떠한 글도 남기지 않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었던 바흐였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노년의 바흐 집을 방문해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 작은 음반을 통해서요!